건강을 위해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고 하면 대개 종합비타민이나 비타민 C, D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라는 복잡한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 비타민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기초 자재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바로 미네랄(Mineral)입니다.

많은 분이 미네랄을 단순히 '물에 들어있는 좋은 성분' 정도로만 생각하지만, 미네랄은 생명 유지의 가장 밑바닥을 지탱하는 ‘필수 원소’입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시리즈를 통해 우리 몸의 숨은 지배자, 미네랄의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미네랄의 정체와 비타민과의 결정적인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생명의 근원적 재료, 미네랄의 진짜 정체

미네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창 시절 생물 시간으로 잠시 돌아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양소는 크게 탄소(C)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질’과 탄소를 포함하지 않는 ‘무기질’로 나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리고 비타민은 모두 유기질입니다. 이들은 불에 태우면 타서 없어지거나 변형됩니다. 열이나 빛, 산소에 의해 쉽게 파괴되기도 합니다. 반면 미네랄은 ‘무기질(Inorganic matter)’입니다. 지구 껍질을 구성하는 흙이나 암석에 존재하는 원소 그 자체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나무를 태웠을 때 연기로 사라지는 부분은 유기질이고, 마지막까지 타지 않고 남는 ‘재(Ash)’가 바로 미네랄입니다. 실제로 식품 영양 성분을 분석할 때도 식품을 고온에서 완전히 태운 후 남는 회분(Ash)의 양으로 미네랄 함량을 측정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비타민은 식물이나 동물이 체내에서 합성해 낼 수 있는 물질이지만, 미네랄은 생명체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는 지구 본연의 원소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흙에서 자란 식물이나, 그 식물을 먹은 동물을 섭취함으로써만 이 귀한 원소를 몸속으로 들여올 수 있습니다.

몸 안의 복잡한 공장을 움직이는 '스위치'의 역할

그렇다면 이 돌가루 같은 원소들이 우리 몸속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요? 비타민과 미네랄은 흔히 ‘미량 영양소’로 묶이지만, 그 역할에는 미묘하고도 거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연료’라면, 비타민은 엔진이 잘 돌아가게 돕는 ‘윤활유’나 부지런한 ‘일꾼’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연료와 윤활유가 가득 차 있어도 자동차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로 시동을 거는 ‘스파크(점화 플러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미네랄이 바로 이 생명의 스파크 역할을 합니다.

우리 몸속에는 수천 가지의 효소가 끊임없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이때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스위치’를 켜주는 조효소 역할을 하는 것이 주로 미네랄입니다. 마그네슘이 없으면 에너지를 만들 수 없고, 아연이 없으면 세포가 분열하지 못하며, 철분이 없으면 산소를 운반할 수 없습니다. 비타민이 아무리 풍부해도 미네랄이라는 스위치가 켜지지 않으면, 그 영양소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고작 4%, 그러나 생명의 96%를 지탱하는 절대 힘

체중의 약 96%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라는 4가지 원소(유기질의 구성 성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미네랄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 내외에 불과합니다. 체중 70kg인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보면 약 2.8kg 정도가 미네랄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4%가 무너지면 나머지 96%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미네랄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우리 몸을 지배합니다.

첫째는 ‘구성 성분’으로서의 역할입니다. 칼슘과 인은 뼈와 치아라는 단단한 구조물을 만들고, 철분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의 핵심 부품이 됩니다. 우리 몸의 기둥과 피를 만드는 것입니다.

둘째는 ‘조절자’로서의 역할입니다. 나트륨과 칼륨은 세포 안팎을 드나들며 체수분 균형을 맞추고, 신경 신호를 전달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근육을 움직이고, 심장이 뛰는 그 모든 전기적 신호가 사실은 미네랄의 이동입니다. 미네랄 밸런스가 깨지면 이유 없이 붓거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필수 원소, 그 이름의 무게

앞서 언급했듯 미네랄은 체내에서 단 1mg도 합성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영양학에서 미네랄을 ‘필수(Essential)’ 원소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비타민은 부족하면 몸이 어느 정도 버티거나 대체 경로를 찾기도 하고, 일부는 체내 합성이 가능하기도 합니다(비타민D 등). 하지만 미네랄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칼슘이 부족하다고 해서 마그네슘이 뼈를 대신 만들어 줄 수 없고, 아연이 부족한 자리에 구리가 대신 들어가면 오히려 독성이 생깁니다. 각각의 미네랄은 고유한 원자 번호를 가진 원소이며, 그 역할은 유일무이합니다.

현대 영양학은 우리에게 필요한 미네랄을 섭취량에 따라 하루 100mg 이상 필요한 ‘다량 미네랄’(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과 그보다 적게 필요한 ‘미량 미네랄’(아연, 구리, 셀레늄, 요오드 등)으로 분류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미량’이라고 해서 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그 원소가 없으면 생명 활동의 특정 부분이 완전히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미네랄이 단순한 영양제가 아니라, 지구의 흙에서 빌려온 생명의 근원적 재료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미네랄 결핍이 심각해지고 있는 걸까요? 다음 시간에는 현대인의 식탁에서 미네랄이 사라지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겠습니다.